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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리더 이야기

Target 판매 한국 전자책틀 스토리 HD

전자책틀 이야기로는 한참 만입니다.

그만큼 아이패드를 필두로한 태블릿의 공세가 거셌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겠지만, 하드웨어적으로 발전이 없는 전자종이 분야의 제자리걸음이 가장 큰 요인이 될듯 합니다. 게다가 저가의 태블릿PC가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생산자의 다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고가에 머물러 있는 책읽기만 할수 있는 전자책틀의 수요란 사실상 제한될수 밖에는 없을듯 하네요.

특히나 얼리어답터 지향의 한국에서는 더욱 더 판매망이 뻗어나가지 못한점이 아쉽습니다. 한국 최초의 전자책틀인 누트를 출시하고 독자적인 전자책 컨텐츠 확보에 나서던 네오럭스도 최근 신세계 그룹의 전자책 부문에 컨텐츠 부문을 매각하였습니다. 앞서 나가던 북큐브도 오랫동안 새로운 기기의 출시소식이 없이 성장세는 주춤한것으로 보이네요. 북큐브는 책틀생산업체가 아니고 OEM에만 의존하는 구조이기에 오히려 당연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생산하는 인터파크의 비스킷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그렇게 한국업체가 수익모델에 고심하기만 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동안, 아마존은 기기의 인하를 단행하고 광고를 노출하며 가격은 더욱 떨어뜨린 버전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켓팅으로 독점태세를 굳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적인 Brick and Mortar 서점이던 borders가 최종적으로 폐업을 하게 되었고, 이젠 서점이란 Barnes & Noble밖에는 남지 않았지만, 그 마저도 전통적인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형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입니다. 어렵게 끌어가던 B&N이었지만 종이책을 거의 버리다시피하고 전자책에 매달린 결과 며칠전 2억불의 투자금을 얻었습니다. 그야말로 전자책의 약진입니다. Nook color라고 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었던 B&N은 다시 Nook touch라는 전자종이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점이 특이합니다. 아무래도 컨텐츠의 판매에 있어서는 태블릿보다는 전자종이가 강세라는 판단을 내린듯 합니다. 


전자출판업계에서 가장 커다란 움직임이었던 Google Books가 출범후 조금은 주춤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전세계의 인쇄물을 전자책화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Google books project에 위협을 느낀 아마존등이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소를 하였고 법원의 판결은 구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Google eBookstore가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며 300만권이상의 책을 무료로 혹은 판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세계의 책을... 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아마존의 독주에는 확실한 대항마로 자리잡았죠. 

지난달 전자책 업계에 하나의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한국의 기업인 아이리버가 iriver story HD라는 이름의 전자책틀을 출시한다는 소식이었지요. 그런데, 이 스토리 HD가 Google Books를 지원하는 공식기기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물론 Book eBookstore의 대문에도 이런 그림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지요. 


아이리버 스토리는 그간 한차례의 기기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였습니다. 스토리 초기모델은 제가 엄청나게 비판한적이 있는데, 2세대 스토리 (커버 스토리) 는 조금은 나아진 기기로 나왔다고 하였는데, 이번 스토리 HD는 한국발매에 앞서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시판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판매망은 바로 동네 양판점인 Target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가격은 킨들에 맞춘듯 $139이네요. Target이라 하면 월마트보다는 조금은 낫다고 하나 비슷비슷한 그저그런 잡화점이죠.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독하게 마음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전쯤 아이리버의 스토리는 교포사회에 300불이 넘는 기기가격으로 판매를 시도한적이 있었습니다 (직판이었는지 혹은 대리점의 농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때 다른 완성도 높은 기기가 200불도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말이죠. 그때 도대체 현실감이 있는 걸까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이번의 행보는 한국을 겨냥한 모델이 아닌 구글북스의 독자를 겨냥한 현실적인 가격정책으로 이미 일정부분의 성공프리미엄은 업고 시작한 것인듯 합니다. 게다가 Target의 접근성은 발군이다 보니......


요렇게 생겼네요. ㅎㅎ


Overview

미리 말씀드리지만 태블릿 PC가 아니라 책을 읽기위한 전자책틀입니다. 
 

HD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기존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해상도가 높아져서 (LG Display) 킨들의 최신버전에 쓰인 Pearl (펄) 에 비하여 60% 이상 향상된 해상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정구획당 도트수가 많아지니 해상도가 상승하는 원리이지만, 디스플레이 자체의 색이 더욱 종이에 가까와 진것은 아닙니다. 보다 많은 잉크입자를 띄울수 있도록 개선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아이리버 스토리라는 초기 모델은 너무 멋을 부리고 고질적인 복합기기로의 자리매김을 억지스럽게 끼워넣었기에 잡스러운 "기계" 가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혹독하게 비판했던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한발 뒤진 기능에 멋만을 강조하고 일주일도 안돼서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들을 잔뜩 집어넣은 스토리 초기모델은 시장에 그리 많이 깔리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지요. 가격도 ㅎㄷㄷ이었던....

2세대에서야 wi-fi를 채택하고 과감히 쿼티자판을 버리고, 신문을 구독하는 기능을 추가하긴 하였으나 100불 초반의 킨들이 나온 이후라서 15만원이상하는 아이리버의 가격경쟁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절치부심한 이후 외국향으로 출시된 스토리 HD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입니다. 

포지셔닝은 분명하고도 확실합니다. 바로 독서..... 그래 아이리버 바로 그거야~~ ㅎㅎ 
그 흔한 MP3기능도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책읽기에만 특화된 아주 저렴한 책틀이 되어 나왔지요. 터치기능없이 사전기능이 들어있기에 쿼티키보드가 들어갔지만, 일단은 디자인 자체가 깔끔하고 기기의 빌드는 무척이나 좋은 편입니다. 실제로 해상도는 현재 제가 가지고 잇는 책틀들에 비하여서 현저히 향상된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킨들 Pearl 버전과의 비교영상입니다. 보시는 바와같이 선이 섬세하고 보다 명확한 화면을 확인하실수 있을겁니다 



지원 포맷의 경우.... 아래와 같습니다. 



누가 보아도 문서나 그림파일을 보기위한 기능들이 집약 되어있음을 알수 있죠.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기이니 한글표현에도 자유롭고 메뉴등의 언어도 한글로 손쉽게 바꿀수 있습니다. 배터리도 기존 기기들의 두배의 용량으로 보다 장시간 충전없이 사용할수 있네요.

킨들의 한글폰트지원은 지극히 미미하여 엉터리 한글폰트를 억지로 보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해킹하여 볼수밖에는 없었지만, 스토리 HD로는 그럴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분들에게는 커다란 메리트가 될것 같습니다. 한글 TXT를 넣으면 그대로 읽히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ePub 파일들도 충분히 읽을수 있고, 신문이나 잡지등을 ePub으로 만들어 읽을수 있습니다. Calibre라는 종합 eBook management program에서도 조만간 정식으로 지원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넷에서 구할수 있는 코믹북의 열람에도 전자책틀의 위력은 최강입니다. 눈 안아프게 읽을수 있다는....ㅎㅎ 

디자인
 

디자인상에 군더더기는 없어 보입니다. 상당히 얇은 기기에 과하지 않은 색상 (쵸콜렛브라운?)의 포인트를 주어 전체적으로 야단스럽지 않습니다. 화면을 둘러싼 베젤의 넓이도 적당한듯 하고 전체적인 인상은 합격점입니다. 
 


문제는 다시 이 키보드입니다. 넓적한 키가 아닌 앙징맞은 키입니다만, 버튼의 배열이 무척이나 난해합니다. 페이지 넘김버튼이 가운데 몰려 있고 통상적으로 (다른 기기들에서) 배열되는 양단에는 옵션이나 홈버튼이 달려있네요. 바로 가만히 앉아서 두손으로 감싼자세의 독서습관을 상정한듯 합니다. 양손으로 모아쥐고 자연스럽게 쥐면 엄지손가락이 가운데로 모이는 것은 맞죠...... 사실은 그게 맞는 것이긴 하지만, 굳이 책틀에서까지...... 전 주로 누워서 보기때문에 손가락이 닿은 부분이 가운데라면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ㅠㅠ 셋팅에서도 키배열을 바꾸는 방법은 보이지 않으니 펌업까지는 불편함을 감수할수 밖에없을듯 합니다. 키보드 문제는.... 한국에서라면 사실 그리 필요없을듯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전을 사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어휘실력들이 한국사람들만큼 좋지 않다보니....ㅠㅠ 
 


그런데, 메모기능이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 기능도 없는데 키보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할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극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므로 먼지의 유입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듯 합니다만...

2GB라는 메모리는 사실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거기에 1.4GB의 시스템을 생각한다면 5-600MB정도가 책 저장 공간이 되네요. 책만 따진다면 1000권이 넘는 책을 저장할수 있으니 작은것은 아니지만 만화책파일을 저장하기에는 그리 큰 용량은 아니죠. 외장메모리 (SD카드) 를 32GB까지 지원하니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될것 같습니다만, 되도록 내장메모리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배터리나 카탈로깅 시간등을 절역하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페이지 넘김은 조금은 빨라진 느낌입니다만,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깜빡하고 넘어가는 페이지에 당황하실수도 있을겁니다.  


근처에 Target 매장이 있다면 천천히 나가셔서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제품이 전시되어있지 않은곳도 있을것 같네요.  



컨텐츠
말할것도 없이 Google eBookstore에 최적화 되어있고 이곳에는 영문 컨텐츠가 99.9%이고 타언어의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물론, 한글 콘텐츠를 찾기는 참 어렵습니다. DRM의 관리는 ADOBE이므로 기본적으로는 누트의 컨텐츠 (신세계로 병합되었고, 아마도 더욱 강력한 서비스로 무장될것으로 생각됩니다) 를 이용할수 있을듯 합니다만...... 

한국의 아이리버 스토리의 경우에는 교보문고의 책을 구입하여 읽을수 있습니다. 스토리 HD는 한국에 발매된것이 아니어서 아직은 교보의 DRM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정식발매되고 펌업이 되기전까지는 신간을 구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네요. OS를 리눅스로 쓰는지라 해킹도 여의치 않다는 점도 약간의 제약으로 다가옵니다. 응? 

구간이라면 조금만 뒤져본다면 쉽게 구할수 있는지라... (불법을 조장하는 나쁜........ ㅠㅠ) 

Wi-fi의 경우는 Google eBookstore에 접근하는 것 이외에는 사용이 안됩니다. 인터넷이나 이메일 등에의 이용은 현재는 불가하기에 Wi-fi에 대한 이야기는 깊이 쓰지 않았습니다. 미니멀리즘의 원칙에 비추어 볼때 정말 잘한 일이죠. ㅎㅎ 

총평
일단은 요란했던 초기모델에서 과감히 쓸데없는 기능들을 치워버리고 미니멀리즘으로 다시 시작한 아이리버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독서인구가 지극히 미미한 한국에서의 사업확장대신 미국에서 까다로운 구글의 요구에 맞추어 제작한 만큼 하드웨어적으로 혹은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가집니다. 가격도 킨들에 맞추어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이 되었으나, 향후 킨들의 가격정책에 의하여 변동이 될 (더욱 저렴해지는....) 가능성은 큽니다. 하지만, 일단 $150의 벽은 넘어섰고 동네 잡화점에서 구입가능하게 함으로써 emotional barrier도 무너졌으니 한국에서의 제한적인 판매망보다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리라 생각합니다. 

빠른 시간내에 한국에서 정식발매되고 (Google eBookstore의 지역제한이 없어진다면...), 한국의 실정에 맞춘 서비스 (도서관 대여, 신세계 컨텐츠 구매 등등) 가 함께 제공된다면 한국내전자책시장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가져오리라 생각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장점 1. 저렴한 가격 2. 접근의 용이성 (Target) 3. 길어진 배터리 사용시간 4. 엄청난 영문 컨텐츠 Google eBook 5. 한글 사용의 용이성

단점 1. 한글컨텐츠의 부재 

를 꼽을수 있을듯 합니다. 

한참전부터 이야기해 오는 바이지만,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북큐브의 초기 성공도 다름아닌 가격이었고, 아마존의 킨들의 대성공의 배경도 사실은 가격과 서비스 그리고 컨텐츠였습니다. 한국의 몇몇 업체에서 미국시장에의 진입을 시도하였던 것으로 압니다만, 아마도 가격경쟁에서 번번이 밀리지 않았을까 하네요. 



태블릿의 공세가 현재는 너무 거세어서 미국에서도 사실상 전자책틀의 인기가 예전보다는 꺾인듯 한 느낌이 듭니다만, '책'을 읽는 독자들의 선택은 태블릿이 아닌 전자책틀이 될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