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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영어 이야기

느림보 영어 이야기 - 내 영어를 듣고 웃으면 어쩌지?

미친영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체면과 부끄러움을버려라'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커다란 소리로 미친듯이 영어를 쏟아내는 교습법으로 유명하죠. 중국의 리양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방법에 전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중 저 체면과 부끄러움을 버려라는 아주 정확하게 핵심을 짚은 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워낙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10년 영어를 배우고, 토플에 vocabulary도 많이 배운 대학생이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고 쫄아 있을때 I am Tom만 배운 중학까까머리가 즐겁게 외국인과 대화하더라는 일화는 유명하잖아요. I am Tom인데 무슨 대화가 되었을까요? 그냥 손짓발짓이라도 의미가 통하면 되는것이니..... 입도 뻥끗 못한 대학생은 분명 잘못된 단어를 이야기하면 어쩌지.....못알아 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을겁니다. 체면...부끄러움... 

미리 말씀 드리지만,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의 이야기랍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죠. 다들 자기들의 액센트와 발음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과 일본인들은 자신의 발음을 부끄러워 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냥 액센트를 가진 수많은 사람중의 한사람일뿐인데도 말이지요. 같은 동양인데도 중국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못알아 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왜 자신이 걱정해야 하는 걸까요? 못알아 들어 불편한건 상대방인데...ㅋㅋ 그리고, 같은 외국인끼리는 서로 못알아 들어 헤메일때가 많지만, native speaker에게는 다른 액센트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대강 해도 다 알아듣죠. 외국인 사이에도 서로 익숙해지면 잘 알아듣게 됩니다. 이런식의 마인드는 무척 중요합니다. "못알아 들으면 네가 불편하지 나는 괜찮다" 하는.... 할말 다했는데  아쉬울것도 없구요. ㅎㅎ 정말 입니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에 외국사람들이 나와 어눌하게 이야기해도 우리들은 대개 다 알아듣죠. 물론, 간간이 그들의 말에 웃기도 합니다만, 그들의 발음에 웃는다기 보다는 재미있는 표현에 격려차원에서 웃는것 아닐까요? 그들의 발음이 한국어 발음과 같지 않아 웃는건 아니죠. 그러니 수다의 기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됩니다. 수다의 기본은 '주제가 있든 없든  마구 떠듬'이랍니다. ㅋㅋㅋ

일단, 위 주제인 수다, 체면, 부끄러움과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일단 발음과 엑센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액센트..... 으~~~ 욕나옵니다. 제가 네이티브였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만 비영어권의 외국인이다 보니 처음엔 거의 사람수대로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는것이 아닐까 할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선, 영국액센트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왔던 발음과 또 미드에서 보이는 미국식 발음과는 영 딴판입니다. 해리포터가 여럿 나와 막 떠드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해리포터를 극장에서 보면 대사를 한참을 놓칩니다. 딸아이는 전혀 그런것이 없는반면, 저는 많이 놓칩니다. 그만큼 지금까지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특히 여자들은 영국식 발음을 섹시하다고 여기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국식 액센트를 쓰면 다 휴그랜트처럼 생각이 드는건지...ㅋㅋ 물론, 영어의 원류는 영국이고 이 발음이 정식발음이 되겠지만, 미국식 발음과는 많이 다르죠. 영국에서는 미국식발음에 웃습니다. 당연하죠. 원래 영어니까요. 사실 세계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것은 돈의 논리에 의하여 미국식이 더욱 많이 통용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암튼, 전 이 영국식 발음때문에 정말 고생을 했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중에 영국출신들이 꽤 되었는데, 미국식 영어의 액센트와 발음 그리고 빠르기에 어느정도 익숙해질 무렵, 완전 영국인과 스코틀랜드, 뉴질랜드 등의 영연방 사람들이 들어오며 그간 쌓아왔던 익숙함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 발생했지요. 우선 영국식은 스펠링대로 발음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Hand는 한드라 하고 미국에서는 핸드라 합니다. Job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좝'이라 하지만, 영국에서는 '좁'이라 하죠. 물론, 단어자체가 다른 경우는 말할것도 없지만, 그저 단순한 발음의 차이에 현혹되어 빠르게 이야기할때는 잘 못알아 듣네요. 아주 유명한 BBC의 다큐멘터리의 경우 그 영국 액센트를 비교적 미국식과도 흡사하게 많이 순화시켜 나오기때문에 오히려 알아듣기 쉽지요. 워낙 미국시장이 크다보니..... 억양도 높게 시작하여 중간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리드미컬한 패턴이 많은 것 같더군요. 미국은 오히려 낮게 시작하여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경향이.... 그래서 Hello라는 짧은 단어도 다르게 내뱉죠. 미국에서는 우 라고 하지만, 영국식으로는 우라고 하지요. British accent라 총칭하지만,, Scottland, Ireland 의 억양과 액센트는 다 다르다고 합니다. 제겐 그리 정밀하게 구분은 안가지만, 확실히 스콧틀랜드의 억양이 훨씬 더 세게 느껴지긴 하더군요. 스코틀랜드출신의 동료와 몇년간 일했는데, 억양이 참 거셉니다. 같은 영연방중의 하나인 호주나 뉴질랜드의 영어는 또 독특한 억양과 발음군을 형성하고 있지요. 거의 gidai myte처럼 들리는 "Good day mate (Hello Friend)" 는 두고두고 미국에서도 웃음을 줍니다. 호주 친구가 바에가서 바텐더에게 "gidai myte" 했더니 바텐더가 한참을 빤히 쳐다보다가 큰소리로 "Anybody speak Hungarian?" 했다는..... ㅎㅎㅎ 헝가리 말이나 Gidai myte나 비슷하게 낯설다는 그런 의미겠죠. 그냥 농담입니다. ㅎㅎ (영국발음의 특징에 대한 글이고,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어 이렇게 박스로 처리합니다. 참고하시길....)



다음의 비디오를 보면 분명한 차이를 보실수 있을겁니다. 미국의 어린아이들이 영국발음을 흉내내며 놀기도 하죠. 제 딸아이도 이러고 놀던데, 참 특징을 잘 잡은것 같습니다. 

 

영국쪽에서 나온 비디오들은 영국아이들이 미국액센트를 따라하며 웃는 것들이 많죠. ㅎㅎㅎ 

Gwyneth Paltrow (기네스펠트로) 는 LA 출신입니다만, 영화 Sliding Door에서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합니다 (현재도 영국에 살지만...). 영국이 무대인 Bridget Jones's Diary에 나오는 Renee Zellweger (르레젤위커) 도 텍사스 출신의 미국인이죠. 



미국인에게도 영국식 발음이 그냥 되는것은 아닙니다. 노력해야 되는 다른 언어인 셈이죠. 드라마같은데서, 사투리 연기를 하는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이곳 사람들 영국식 발음을 대부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음은 비욘세가 영국TV와의 인터뷰에서 요청을 받고 Hello, my name is beyonce를 영국식으로 해보고는 쑥스러하지요. 잘 하긴 하는데, 정말 쑥스러워 합니다. ㅎㅎㅎ



스페니쉬 액센트나 African-American 등등도 다 다르지요. 개인적으로 압권은 프랑스액센트입니다. 억양이 리드미컬하기도 하지만, R발음을 거의 강한 H발음으로 소리내기 때문에 정말 알아듣기 힘이듭니다. 제 친구중에도 프랑스인이 있었는데, 절대 발음을 고치지 않습니다. 자존심도 강하고 하여, 대화하다가 잘 모르고 누군가 "Oh! You mean HILARIOUS (힐래리어스)?" 라고 되묻기라도 하면 "That's your way. My way is 일라히아스" 라고 되받아치곤 하지요. ㅎㅎ 참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더군요. 학회에서 연자가 프랑스에서 온 사람이면 알아듣기 참 힘겹습니. 그래도 한참 듣다보면 익숙해지죠.

캘리포니아는 스페니쉬가 원어인 사람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대부분의 지명은 스페인어 그대로인 경우가 많지요. 한참전에는 이곳 캘리포니아의 대부분의 땅이 멕시코에 속했었기 때문이죠. 그렇기때문에 스페니쉬 억양의 영어는 생활이랍니다. 처음엔 너무 불편했는데, 이젠 익숙해져 불편함은 잘 모릅니다. 

여기서 각자의 어족에 따른 액센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들 자기 액센트와 자기 억양대로 말하고 사는데, 뭐가 그리 쑥스러울일이 있겠습니까 하는 이야기랍니다. 어떤사람들은 실제로 "발음이 안좋아서 영어하기가 좀..."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왠만하면 다 알아듣습니다 (ㅎㅎ 대~단한 사람도 있긴 있더군요. 아무도 못알아 듣더라는...). 대화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쑥스러워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것 같습니다. 내가 한국식 영어를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웃을것 같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답답하긴 하겠지요. 그거야 내가 알바 아니죠. ㅋㅋㅋ 

제가 아는 분중에도 경상도 억양 그대로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거침없이 대화하며 아무런 문제도 없이 사시는 분이 있습니다. 자신만 상관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발음이 좋아도 오히려 영어로 아무말도 안하고 한국교민사회에서 한국말만 하고 사는 분들에 비하면 훨씬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교민사회속에서만 사는 분들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은 아니랍니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듭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고등학교정도의 나이까지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면, 이미 발음을 고치긴 어렵더군요. 성인이 되어 영어를 새롭게 배워보려 하면 솔직히 발음은 잘 못고칩니다. 이상하게 굴려서 도저히 들어주기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딱딱하면 딱딱한대로 말하는 법, 대화하는 법을 주로 배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뭐 포기할건 포기하자는 거죠. 대화하는 법이란 영어회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사람들은 타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것 같습니다. 아니 미국식으로 떠드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혹은 한국어 대화는 너무 담백하기만 하다고 할까요? 한국에서야 아무런 문제가 없는것이 미국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이런 다름을 조금만 바꾸어도 대화자체가 원활해 진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또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회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발음과 액센트보다는 이런면이 훨씬 중요합니다. 

암튼 다시 돌아와서......앞이야기에도 이야기했지만, 방학동안 비싼 등록금 지불하며 한국사람이 많은 미국현지의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집에와서는 한국친구들과만 어울리다 돌아간 사람보다는 한달동안 배낭여행하며 함께 가게되는 사람들과 서로 영어로 대화하며 즐겁게 지내다 온사람이 훨씬 더 대화하는 법을 많이 배웠을겁니다. 영어 단어가 아닌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없애는 법을 먼저 배웠기 때문일겁니다. 토익 950점이라도 말한마디 못하는건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이유일 가능성이 크겠죠.

그러니 우선 필요한 것은 다른이와 이야기하겠다는 용기와 남이 웃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혹은 부끄러움을 없애는 길이 되겠네요.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요...........

다음에는 대화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