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일이지만, 제겐 중학교 졸업사진이 없습니다. 졸업식장에는 갔었지만, 사진이 없습니다.
요즘이야 카메라는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라도..) 일상용품이 되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카메라는 아주 비싼 집안의 보물급이었지요. 제가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에는 그래도 국산 (부품은 어떨지 몰라도...) 카메라도 있었고 하여 예전처럼 부유층의 전유물은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빈한한 집안에까지 돌아올만큼 그리 값싼 물건도 아니었지요. 뭐 슬쩍 친구들옆에 끼어 몇장이라도 찍었으면 제겐 없을지라도 그 어딘가에는 저의 졸업식 모습이 남아 있을텐데, 그 나이때의 자존심같은것도 있어서 그마저 아주 쿨하게 거부하고 중국집으로 직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다행히 고등학교때는 삼성미놀타라는 삼성 조립 카메라가 있었고 어머니가 아직도 보관하고 계실 앨범에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끼어있을듯 하네요. 사실 그런 일도 있었고, 사진 찍거나 찍히는 일은 그리 즐거운 일이 되지 못하더라구요.
지수가 태어났을때 빠듯했던 유학살림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오오사까의 전자제품시장인 덴덴타운에 나가 꽤나 비싸게 주고 미놀타의 중고 SLR 카메라를 구입하였네요. 자칫 잘못하다가 지수가 컸을때 아기때의 사진을 하나도 남겨주지 못할것 같아 서둘러 구입한 물건이었습니다. 물론 비교적 저렴한 자동카메라도 있었고, 폭발적인 성장세에 있던 즉석카메라도 있었으니 어떻게라도 사진은 남겨주었겠지만, 굳이 SLR을 구입하였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깔끔하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욕심이었겠지요.
언제나 그렇지만 무언가를 하기전에는 미리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합니다. 사진에 관한 책을 구입하고, 열심히 공부도 해보고.... ISO별로 필름도 구입해보고, 예술사진처럼 흑백필름도 사서 찍어보고.....
(1996년 어느 가을날 오오사까 동네 공원에서....)
(역시 1996년 가을 동네공원에서 흑백필름 장착)
(1998년 10월 뉴욕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페리위에서.... Twin Tower가 보이네요)
(1998년 8월 나이아가라 폭포 캐나다쪽....)
스캔한 사진입니다. 사진에 따라 색이 바래고 하여 색감이 제대로나오지 않네요. ㅠㅠ
또 없는 살림에 필터도 하나씩 사고 하며, 열심히 아기 손도 찍고 웃는 모습도 찍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제 사진은 그저 기록일뿐 책에서 보던 그런 멋진 풍경도 담지 못하였고, 섬찟하도록 선명한 아이의 얼굴도 담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필카는 사진을 찍으면 바로 확인이 되지 않고 나중에 현상하고 나서야 어떤 조건에서 찍었을때 이렇더라는 학습이 될텐데, 필름-현상료도 비쌀뿐더러 시간도 없어 가끔만에 한번씩 찍어주는 사진으로는 실력이 늘래야 늘수도 없었지요.
디카가 나오기 전까지 수년간을 비교적 많은 사진을 찍었으나 지금 보아도 그저 그런 기록들이 한가득이네요. 하긴, 집을 그려오라하여 그려갔더니 세탁기를 그렸냐며 면박을 당하던 저질 재능이, 그림아닌 사진이라도 마찬가지였을거라 자평하며 미워하듯 SLR 필카를 처박아 두었다가 샌디에고로 이사올 당시에 처분하였지요. ㅠㅠ
디카는 오히려 그런면에서는 자유롭더군요. 디카가 뭐 그렇지....하는 체념 (혹은 핑계) 이 통하게 되었습니다. 또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현상할 필요도 없으니 셔터를 한없이 눌러대게 됩니다. 한장을 공들여 찍으면 될것을 수십장을 일단 찍고 보는 손꾸락 연사신공을 남발하다보니 그나마 수년간 나름대로 필카로 단련 (?) 했던 사진의 구도라거나 조리개값, 셔터속도 등등 쥐꼬리 같던 상식마저 안드로메다로...... 오로지 ON-OFF 스위치와 셔터 그리고 줌버튼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디카전문요원이 되어가더군요. 사실 어떤 디카에도 장면촬영같은 간단한 기능들은 붙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기능들을 조금만 이용해도 제법 괜찮은 사진들을 얻을수 있음에도 그저 셔터만 누르는건 저만 그런가요? ㅎㅎ 그렇지만도 않을듯 합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멀리떨어진 무대위의 아이들 사진을 찍겠다고 내장 플래쉬 터뜨려 찍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낫다 싶지만 그래봐야 50보 100보인....
암튼, 전 사진에 재능이 전무합니다. 끗~~~! ㅎㅎㅎ
얼마전 샌디에고 관광을 한적이 있죠. 나름대로 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가져간 디카의 셔터를 연신 눌렀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제가 주로 사용하는 캠코더의 스틸사진기능이죠. 수백장의 사진들을 찍었고 나름 동급 캠코더에 비하여 준수하다는 8메가픽셀의 스틸사진기능은 거의 매일처럼 찍어대는 요리 사진에서 나름 괜찮은 색감으로 만족을 주었기에 기대를 하고 컴에서 보았습니다.
허걱! 도대체 이거슨 무엇????
왠지 그 아름답게 보이던 풍경들이 다 죽은 것처럼 보일만큼 색감이며 느낌이 정말 엉망인 사진들이 얻어졌더군요. 정말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요. 아무리 보정을 해도 얻어진 사진들은 그저 죽은 사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사실 그전에 잘 사용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캐논 디카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을 얻을수는 있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캠코더 스틸캡쳐의 한계인것 같습니다.
한동안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하던..... DSLR을 구입하기로 하였습였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DSLR은 무겁지..... 하며 재능없음을 이런 쓸데없는 이유로 정당화해왔던 저이기에.....
DSLR 너 뭐냐?
DSLR은 가격이 현실적이 되며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블로그의 영향으로 이제 수많은 사람이 음식앞에는 먼저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대가 되었지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DSLR이란 이렇습니다.
1. 뽀대 작렬 - 역시 명함사이즈 컴팩트디카에서는 볼수 없는 뽀대와 뽀~스가 장난이 아니죠.
2. 선명한 사진 - 필름에 해당하는 CCD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긴 하지만, 역시 디카에 비하면 훨씬 더 선명한 사진을 얻을수 있겠죠.
3. 귀찮게 자꾸만 렌즈를 갈아 끼워야 한다 - 꼭 그래야 하는건 아니지만, 장면에 따라 그에 맞는 렌즈를 갈아 끼워주는 것이 SLR의 장점중의 하나임에도 셔터와 줌만 누르면 OK인 디카노예인지라 이것이 단점으로만 보이더라는....ㅠㅠ
4. 어렵다 - 네! 어려운것 맞죠. ㅎㅎ
5. 비싸다 - 네! 카메라 바디도 그렇지만 촛점거리나 기능별로 기본은 해줘야 하는 렌즈는 훨씬비싸더라구요.
SLR을 구입하고는 꽃 몇번 찍어보고 결국은 디카 못지않은 용도로 사용했던 전력이 있는지라 ....ㅎㅎ 암튼 현실적이 되기로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평균이상은 못하겠구나 하는.......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어쩌구도 잊지않고 중얼거립니다. ㅎㅎ
수많은 리뷰를 읽어보니 초보자에게도 비교적 쉽게 촬영이 가능한 Nikon D3000 이라는 보급형 카메라가 있더군요. 샘플사진들도 참 좋아보이고 가이드 촬영이라는 기능이 참 마음에 들어 55-300 망원렌즈와 더불어 덜컥 지르고 봅니다. 인생 뭐있습니까? ㅎㅎㅎ
도착한 카메라를 바로 뜯어 이것저것 촬영해 보았습니다.
초보자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배경을 흐리게 날리며 찍는 꽃사진, 무보정 상태에서도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음식사진까지는 좋았습니다. 밖에 나가서 이것 저것 찍어 확인하고는......이런 된장..... 그럼 그렇지..... 역시 자동으로 놓고 눌러대는 셔터신공에는 당할 장사가 없더군요. 우중충한 기록물만 잔뜩 놓고 씩씩거리며 실망을 하고 있던 차에....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SLR은 기계적으로 셔터가 열렸다 닫히게 됩니다, 철커덕 하는 멋진 소리와 함께 말이지요. 셔터막이 열렸다 닫히고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려고 하면 갑자기 렌즈가 조금 스윽~ 하고 움직입니다. 셔터에 관계된 동작은 분명히 아니었는데, 그런 현상이 발생하니 찜찜하여, 근처의 오프매장에서 확인을 하니 전시된 카메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이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바로 반품해주는 센스!!! 역시 우리의 아마존은 아무런 걱정없이 반품을 할수 있어 좋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반품을 하고 새로운 카메라를 주문하려니 약간의 욕심이 납니다. 카메라의 특성을 잘은 모르지만, 수십장 테스트로 찍어본 사진은 제가 기대하던 색감이 아니더군요. 많은 분들이 니콘의 차가운 색감을 이야기 하시던데, 저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DSLR유저의 반수는 갖고 있다는 캐논에는 그리 손이 가지 않구요..... 할수없이 제 이웃이신 미르님께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미르님은 오래전에 제가 유럽사진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방문하게 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인데, 따뜻한 감성의 사진을 하시는 사진작가이십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느낌처럼 역시나 음악에 대한 조예도 너무 깊으신 분으로 늘 따뜻한 사진과 음악을 들려주시는 분이죠. 제가 참 좋아하는 사진작가중의 한분입니다.
의논을 드렸더니 바로 소니의 알파550 이라는 카메라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소간지 소지섭씨가 제주도에서 찍은 CF가 많이 나간것으로 압니다. 작가주의 카메라라고 하는.... 제주도 편에 소개된 카메라가 알파550입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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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델은 Zeiss렌즈를 장착한 모델입니다)
우선은 보급형보다는 기능면에서나 가격면에서 조금더 높은 준중형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네요. 사실 D3000보다는 높은 가격대입니다. 거기에 중형급에서 보이는 몇가지 기능들 (7연사 촬영, AF 라이브뷰 기능 등등) 을 탑재하였네요. 운이 좋게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카메라는 구입하였으나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ON-OFF, 셔터만 사용한다면 의미가 없을듯 싶습니다. 싫든 좋든 공부를 좀 더 하고, 지금은 비록 번들렌즈만 있지만 이에 맞는 렌즈도 더 구입하고 하여 DSLR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좋은 사진을 찍고 싶네요. 비록 재능은 극히 저질이나 제가 잘하는 무대뽀 정신으루다가 돌파해보렵니다. ㅎㅎ
뭐 다른 DSLR 을 사용해본적이 없기에 멋진 리뷰를 쓰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뭐가 좋은지 나쁜지를 비교할 대상이 없다는 건 일방적인 홍보처럼 될 가능성이 있어서 참 주저하게 됩니다만, 일단은 저처럼 DSLR 을 시작하려는 분이 계시고 전문리뷰하시는 분들의 어려운 용어대신 얼치기의 쉬운 용어가 눈에 들어오실 분도 계실듯 하여 몇편에 걸쳐 간단히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길고긴 소니 DSLR 알파550의 영입기였네요.
참! 나가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미르-pavarotti님의 블로그는 이미 소개해 드렸네요. 앞으로 제가 사진문제로 자주 귀찮게 해드릴 예정이네요. ㅎㅎㅎ
그리고 제가 정말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인 골목안 작은 사진관의 한상천님이 계십니다. 조용한 가운데 열정적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고집스럽게 담아내시는 분으로, 문화재 혹은 사물을 보는 안목까지 조용한 어조로 가르쳐 주시는 분이죠.
인물사진이나 스포츠 사진은 역시 이분을 따를 분이 없으실듯..... ㅎㅎ
둔필승총님이 계십니다. 현직 신문사 사진기자이시기도 하고 스포츠 사진, 보도사진전등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시기도하는 분이죠. 역쉬 버럭둔필님의 사진은 인물사진과 스포츠 사진에서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늘 눈여겨 보긴 하는데 흉내내려는 건 아니고... 그저 참고만...ㅠㅠ
DSLR을 구입하기로 하면서부터 공부삼아 자주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처리닷컴을 운영하시며 여러책을 집필하신 박동철님의 홈페이지입니다. 많은 참고자료들이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네요. http://www.cheori.com/
참고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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